文·바이든 '스피커폰 통화' 뒷얘기…"美 먼저 제안"

문재인 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지난 21일 오후 약 10분간 통화했다. 문 전 대통령 측근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이날 오후 7시50분쯤 보도참고 자료를 내고 “바이든 대통령이 통화라도 하고 싶었는지 금요일에 전화 제안이 왔다. 그래서 토요일로 일정을 잡고 진행했다.”

문재인 전 대통령과 조 바이든 미국 대통령의 10분 스피커폰 통화에 배석했던 최종건 전 외교부 1차관이 23일 KBS1라디오 ‘주진우 라이브’에서 통화가 성사되기까지의 과정을 이같이 밝혔다.

최 전 차관은 이날 라디오 인터뷰에서 “한 번도 이러한 일이 없었다. 방한한 미국 대통령이 직전 전임 대통령과 일종의 소통을 하자고 한 건 우리 외교사에 처음”이라고 강조했다.

그는 “대선이 있기 전 ‘미국 측이 방한할 가능성이 있고, 그건 문 대통령 퇴임 이후가 될 것 같다’는 이야기를 했었다”며 “그래서 그때 바이든 대통령께서 대통령을 한번 만나고 싶다는 전갈이 왔었다”고 말했다.

문재인 전 대통령이 한미정상회담을 위해 방문한 조 바이든 미국 대통령과 지난 21일 오후 약 10분간 통화했다. 문 전 대통령 측근인 더불어민주당 윤건영 의원은 이날 오후 7시50분쯤 보도참고 자료를 내고 앞서 보도된 대로 미국 백악관 측에서 먼저 문 전 대통령과 바이든 대통령의 회동을 제안했다는 점을 재차 언급한 것이다.

최 전 차관은 “못 만날 이유도 없지만, 방한 시기에 (당시) 차기 정부, 현 윤석열정부와 세부 일정이 정해지면 남는 시간에 두 분이 만나는 게 좋겠다고 수락했었다”며 “워낙 이번 방한 스케줄이 빡빡했다. 그래서 일정을 여러 번 조율하다가 목요일에 만남이 불발됐다”고 전했다.

그러면서 “저희는 아쉽지만 만남이 불발됐다고 발표한 것인데 그래도 바이든 대통령께서 통화라도 하시고 싶었는지 금요일 날 전화 제안이 왔다. 그래서 토요일로 일정을 잡고 진행했다”며 전화 인터뷰가 이뤄진 배경을 설명했다.

그는 “차분한 분위기에서 두 분이 주거니 받거니 안부를 나누었고, 퇴임 인사를 재임 중에 하지 못한 것이 좀 아쉬웠는데 이렇게 통화를 할 수 있게 돼 고맙다고 바이든 대통령께서 말씀하셨다”며 “바이든 대통령께서는 정확하게 지난해 5월 21일 백악관에서 문 전 대통령과 정상회담한 것을 상기하셨다”고 했다.

특히 최 전 차관은 바이든 대통령이 문 전 대통령과의 정상회담을 가리켜 ‘최고의 정상회담(Single Best Summit)’이라고 했던 점을 언급하면서 “특히 바이든 대통령에게는 코로나 시기에 처음으로 백악관에서 했던 정상회담 행사였다고 한다”고 했다.

그러면서 “개인적으로 그분(바이든 대통령)께는 되게 기억에 남아서 그 말씀을 좀 하셨다. 두 분은 공식 회담은 한 번 하셨지만 여러 번 조우하셨기 때문에 격의 없이 편안하게 말씀을 나누셨다”고 말했다.

최 전 차관은 통화가 스피커폰으로 진행된 사실도 전했다. 그는 “현직이었을 때는 이어폰을 꽂고 했는데 아직 사저에 그런 통화를 할 정도로 시설을 만들어놓지 않았다. 또 사저이기 때문에 퇴임 후 외교활동을 벌써부터 염두에 둔 것은 아니어서 그냥 스피커폰으로 했다”고 설명했다.

진행자가 ‘대통령이 바뀌니 국격이 달라졌느냐’고 묻자 최 전 차관은 “대한민국의 국격은 늘 증가하고 있었다”며 “계속 오르기를 바란다”고 했다.

또 문 전 대통령의 재임기간 외교에 대해서는 ‘정성외교’라고 한 단어로 표현했다. 최 전 차관은 “(문 전 대통령은) 외국의 정상을 대할 때 그 나라의 사정과 이해관계 그리고 우리와의 관계, 또 우리가 얻어야 할 이익을 하나하나 다 치밀하게 봤다”며 “강대국에는 떳떳하고, 약소국에는 따뜻하게 한 것 같다”고 평가했다.